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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기사등록 2019-11-20 23:3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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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차(white tea)는 다소 어려운 차로 우러난 색상도 여느 종류의 차와 달리 거의 물과 같은 색이며 맛도 뭐라고 말할 수 없이 밋밋해서 차에 익숙하지 않은 사람이 마시면 실망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

 

하지만 좀더 자세히 보면 수색은 꿀물 같기도 하고 연한 노란색으로 보이기도 하며 맛은 아주 미묘하면서 입안을 가득 채우는 바디감과 함께 살짝 달콤한 느낌도 주는 듯하다.

 

백차의 이런 특징은 100퍼센트 싹으로만 만들어진다는 것과 여느 차와 달리 가공 과정이 매우 단순해 인위적인 개입이 적다는 것에서 기인하나 생산하기는 가장 어려운 차가 백차다.

 

푸젠성에서 생산되는 진짜 백차인 백호은침은 생산과정이 어렵기도 하고 생산량도 적으며 백호은침 외에 백모단, 공미, 수미 같은 변형된 형태의 백차도 쉽게 접할 수 있다.

 

백차라는 명칭은 중국차 역사에서 오래전부터 언급됐지만 우리가 알고 있는 백호은침은 19세기 중후반부터 푸젠성에서 생산되기 시작했으며 일반 차나무의 싹으로 백차를 만드는 것이 아니고 백호은침을 생산하는 차나무는 오랜 시간을 거쳐 많은 품종 중 선택된 정허(政和, 정화) 지역의 정화대백종, 푸딩(福鼎, 복정) 지역의 복정대백종이라고 하는 하얀 솜털로 덮인 크고 살이 도톰한 싹을 가진 차나무 품종이다.

 

이른 봄의 새싹은 차나무가 겨울 동안 뿌리에 저장해놓았던 영양분을 공급받기 때문에 그 어느 때보다도 더 풍부한 맛을 지니고 있으며 아직 어린 싹을 보호하기 위해 하얀 솜털이 이 싹들을 감싸고 있으며 이 큼직한 싹을 채엽해 위조와 건조라는 단순하면서도 모방하기 어려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다.

 

녹차처럼 살청과 유념 과정도 없고 홍차처럼 산화 과정도 없으며 물론 위조 과정에서 어느 정도의 자연 산화는 일어나나 중국차에서 지역에 따른 가공 과정의 차이가 일반적인 것처럼 백호은침도 위조와 건조 과정에서 생산자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다.

 

이렇게 건조되는 동안 싹들은 가벼운 녹색에서 보는 각도에 따라 색깔이 변하는 진주같이 은색 혹은 녹회색으로 바뀌는데 이는 싹 안에 있는 미성숙한 엽록소가 사라져가기 때문이다.

 

완성된 백호은침은 통통하면서도 길쭉하게 원래 싹의 모습을 유지하며 하얀 솜털로 감싸져 있으며 이 섬세한 차는 70~80도의 낮은 온도에서 다소 길게 6~8분쯤 우려야 하는데 이는 유념을 하지 않은 온전한 상태이므로 내포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우릴 때 물을 붓고 그 위에 찻잎을 흩뿌린 뒤 잠시 있다가 한번 흔들어주면 표면에 떠 있던 찻잎 중 일부가 물속으로 향해 수직으로 서는 것을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보일 듯 말듯 한 연노란, 연푸른 수색으로 변해가고 우린 뒤 엽저는 연녹색 혹은 연한 쑥색이 된다.

 

백호은침의 매력은 순수한 단순함에 있어 엷은 색조의 수색과는 달리 입안을 가득 채우는 듯한 느낌과 달콤하면서도 미묘한 과일 향 같기도 하고 꽃향기 같기도 하며 한편으로는 덖음 녹차의 구수한 맛과는 다른 고소한 맛이 느껴지기도 하며 딱히 표현하기는 어렵지만 매우 안정적이며 귀족적인 차임을 알 수 있다.

 

이 백차가 음용자들의 인기를 끌자 전 세계 많은 곳에서 생산하기 시작했으며 중국에서도 안후이성을 비롯한 여러 지방과 인도의 닐기리, 다르질링, 아삼, 나아가 스리랑카와 심지어 케냐에서까지도 정통법으로 만들어 지고 있다.

 

중국 외의 지역에서 백차의 생산을 시도하고 있는 가운데 특히 스리랑카에서 생산되는 백차가 훌륭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지만 엄청난 홍차를 생산하는 것에 비하면 백차 생산은 아직 소규모로 이뤄지고 있다.

 

스리랑카의 실론 실버 팁은 외관상 백호은침의 모든 요소를 갖추고 있는 훌륭한 차며 맛은 백차 자체가 워낙 섬세한 성질을 지녀 뚜렷하지는 않지만 미묘한 차이가 있는 듯도 하지만 각자의 취향이나 편견일 수 있어 쉽게 판단 내릴 수 있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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